다음은 황대석 할아버지가 맥진법을 요약하여 필자에게 물려준 <북포맥결심전(北浦脈訣心傳)>의 내용을 오늘날의 병증에 맞게 해석하여 정리한 것이다.
<모름지기 한의(韓醫)는 환자의 맥을 잘 살펴서 오장육부의 음양(陰陽) 허실 상태를 관찰하고, 병의 경중(輕重)을 살펴야 한다. 그런데 요즘 한의들은 병명에만 치중하고, 맥진법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. 이런 일은 한방 본래의 철학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. 원래 한방은 병명보다는 증세를 살펴 치료하는 걸 근본 원리로 삼고 있다. 설령 병명은 확실히 몰라도 증세를 확실히 진단만 한다면 치료는 쉬워진다. 맥진법은 촌(寸)·관(關)·척(尺) 세 부위를 짚어 맥의 부(浮)·중(中)·침(沈)을 살피는 것이다. 맥은 너무 과해도 병이요, 부족해도 병이다. 영(營)은 혈(血)이고, 위(衛)는 기(氣)이다. 영과 기가 고르게 흐르면 맥이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평맥(平脈)이 된다. 맥진법을 다 표현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오랜 경험을 통하여 스스로 깨우침을 얻어야 한다. 맥진법을 간략히 설명하면 부맥(浮脈)은 손가락 끝을 피부에 살짝 대어 유력(有力)하게 감지되는 경우이다. 반면 약간만 눌러도 숨게 된다. 침맥(沈脈)은 꾹 눌러도 약하게나마 감지되는 경우이다. 지맥(遲脈)은 맥이 느리게 뛰는 경우이고, 삭맥(數脈)은 맥이 빠르게 뛰는 경우이다. 활맥(滑脈)은 맥이 미끄러지듯이 뛰는 경우이고, 색맥(嗇脈)은 맥이 깔깔하게 뛰는 경우이다. 또 허(虛)는 무력(無力)하고, 실(實)은 유력(有力)하며, 홍(洪)은 광대(廣大)하고, 미(微)는 있는 듯 없는 듯한 경우이다. 또한 현(弦)은 거문고 줄처럼 팽팽한 경우이고, 긴(緊)은 팽팽하면서 말을 잘 안 듣는 경우이고, 공(孔)은 대파 잎 누르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. 이 모든 건 평맥(平脈)이 아닌 경우로 병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.> ① 맥진 부위 고골(高骨=요골경상돌기)에서부터 위쪽으로 검지·중지·약지를 차례로 가지런히 살짝 댄다. 검지를 댄 곳을 촌(寸)이라 하고, 중지를 댄 곳을 관(關)이라 하며, 약지를 댄 곳을 척(尺)이라 한다. ▶왼쪽 손목의 촌(寸): 살짝 댄 검지에서 느껴지는 맥박이 심장맥이고, 꾹 눌렀을 때 느껴지는 맥박이 소장맥이다. ▶왼쪽 손목의 관(關): 살짝 댄 중지에서 느껴지는 맥박이 간장맥이고, 꾹 눌렀을 때 느껴지는 맥이 쓸개맥이다. ▶왼쪽 손목의 척(尺): 살짝 댄 약지에서 느껴지는 맥이 남자의 경우는 신장, 여자의 경우는 자궁이고, 꾹 눌렀을 때 느껴지는 맥이 방광맥이다. ▶오른쪽 손목의 촌(寸): 살짝 댄 검지에서 느껴지는 맥이 폐맥이고, 꾹 눌러 느껴지는 맥이 대장맥이다. ▶오른쪽 손목의 관(關): 살짝 댄 중지에서 느껴지는 맥이 비장맥, 꾹 눌러 느껴지는 맥이 위장맥이다. ▶오른쪽 손목의 척(尺): 살짝 댄 중지에서 느껴지는 맥이 명문맥, 꾹 눌러 느껴지는 맥이 삼초맥이다. ② 맥진에 따른 질병 진단 ▶심장맥: 맥이 삭대(數大)하면 혈압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고, 미약하면 저혈압으로 판단할 수 있다. 뛰다 안 뛰다 하면 부정맥(不整脈)과 심장병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. ▶소장맥: 소장맥은 안 뛰어야 한다. 반면 맥이 뛰는 게 감지되면 장염으로 판단할 수 있다. ▶간장맥: 맥이 삭대(數大)하면 간염으로 판단할 수 있다. 그게 오래되면 간경화와 간암으로 발전한다. 반면 미약하면 간장의 조혈기능이 약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. 그러면 빈혈이 생겨 어지럽고, 가슴이 두근두근하게 된다. 또 간장맥이 미약하면 신장맥도 미약하게 된다. 그러면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울렁하는 증상과, 팔다리가 저리거나 쥐가 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. 그렇게 되면 머리도 가끔 아프고, 눈도 피로하고, 허리도 아플 수 있다. ▶쓸개맥: 쓸개맥은 안 뛰어야 한다. 반면 맥이 뛰는 게 감지되면 담석증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. 그게 심해지면 황달이 따른다. ▶신장맥: 맥이 삭대(數大)하면 신장염으로 피로도 오고, 부종도 따른다. 여자는 자궁염증이 심해 냉과 부종이 따른다. 또한 생리불순과 불임이 따른다. 반면 맥이 미약하게 뛰면 정력 부족으로 피로와 무기력증이 따른다. 사람이 죽을 때는 신장맥이 먼저 멈춘다. ▶방광맥: 방광맥은 안 뛰어야 한다. 반면 맥이 뛰는 게 감지되면 방광에 열이 찬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. 방광에 열이 차면 대개 소변이 노랗게 나오는데, 이 경우 당뇨병을 의심해보아야 한다. 이런 증세가 지속되면 방광염증이 생겨 소변이 붉게 된다. ▶폐맥: 맥이 삭대(數大)하거나 미약하면 폐병으로 판단할 수 있다. 맥이 약하게 뛰는 폐병이 더 위중한데, 이 경우는 폐에 핏기가 없이 말라붙은 것이다. 맥이 부대(浮大)하게 감지되면 기관지가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. ▶대장맥: 원래 안 뛰어야 한다. 맥이 뛰는 게 감지되면 대장염으로 판단할 수 있다. 이게 오래 되면 혈변이 생기고 암이 될 수 있다. ▶비장맥: 맥이 삭대(數大)하거나 미약하면 비위가 상하여 음식 맛을 모르고, 식욕 상실이 따른다. 임산부들은 입덧이 심하다. ▶위장맥: 위장맥은 안 뛰어야 한다. 맥이 뛰는 게 감지되면 위염과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. 또 약간 끊어졌다가 뛰다가 하면 위장이 냉하거나 위장에 습기가 차 있기 때문이다. ▶명문맥: 원래 세게 뛰지 않는다. 그러나 뛰지 않으면 명(命)이 다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. ▶삼초맥: 맥이 삭(數)하면 위에 가스가 차고 열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. 맥이 침(沈)하면 체기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. 젖 먹을 때 체해 있는 것도 삼초맥을 보면 판단할 수 있다. ▶임신맥: 자궁이 차갑거나 덥거나, 자궁에 가스가 차 있거나 염증이 있으면 불임이 된다. 자궁과 간과 심장과 비장의 맥이 세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으면 임신이 가능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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